영화 얼굴 (2025) - 얼굴을 보지 않고도 우리는 얼마나 쉽게 판단하는가?
추억, 편견, 진실의 틈 사이에서 만난 그녀의 얼굴 – 결말 포함 리뷰
얼굴을 본 적 없는 엄마
40년 전 실종된 엄마.
그 얼굴조차 본 적 없던 아들이 있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돼.
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은 제목처럼 정말 '얼굴'에 집착하지.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얼굴은 단순한 외모가 아니야. 우리가 누군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얼마나 쉽게 왜곡된 기억과 말로 사람을 규정짓는지를 이야기하지.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 잊혀진 한 여성이 있어.
엄마, 정영희.
줄거리 요약 (결말 스포 있음!)
주인공 임동환은 어릴 적 실종된 엄마 정영희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해.
도움을 주는 건 다큐멘터리 PD 김수진.
함께 과거의 단서를 쫓아가면서, 오래된 기억의 파편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모아나가.
하지만 문제는...
기억이 너무 다르다는 거야.
누군가는 정영희를 “무섭게 생겼다”고 하고,
누군가는 “사람 같지 않았다”고 말해.
하지만, 아무도 명확히 그녀를 설명하진 못해.
다들 ‘대충 그랬던 것 같다’는 식의 말만 남겨.
그리고 그 모든 편견은 오직 한 단어로 요약되지.
“못생긴 여자.”
동환의 아버지, 임영규는 시각장애인이야.
평생 한 번도 아내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
그는 주변 사람들의 말과 태도를 통해 아내의 이미지를 구성해왔고,
그 이미지 역시 점점 ‘사회가 만든 괴물’로 변해갔어.
클라이맥스 – 얼굴의 공개
영화는 후반까지 정영희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그리고 드디어, 사진이 나온 그 순간—
관객들도, 동환도 멈칫해.
왜냐면 우리가 상상했던 ‘끔찍한 얼굴’은 나오지 않거든.
그저... 평범한 얼굴이야.
어쩌면 약간 수척해 보일 수도 있고, 피곤해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 그대로, 그냥 사람의 얼굴이야.
이 장면에서 우리는 충격을 받아.
왜냐면—
그동안 우리도 모르게, 그 ‘얼굴 없는 여성’을 괴물처럼 상상해버렸거든.
열린 결말, 그리고 남겨진 질문들
이 영화의 강점이자 핵심은 열린 결말이야.
정영희는 정확히 어떻게 죽은 걸까?
영화는 명확히 말하지 않아. 사고인지, 타살인지, 사회적 방치인지—
그저 40년 전 사라졌고, 유골로 돌아왔다는 사실만 있어.
누가 책임져야 하지?
모두가 조금씩 알고 있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
감독은 한 명의 악당을 만들기보단, 모두의 말과 시선, 무관심이 모여서 한 사람을 무너뜨렸다고 말하는 듯해.
아들은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동환은 사진을 본 뒤 말없이 눈물을 흘려.
엄마를 상상 속 괴물이 아닌, 실제 인간으로 마주한 순간.
그리고 마지막에 PD가 말하지.
“오늘따라 아버지랑 더 닮아 보이네요.”
이건 단순 외모 얘기가 아니야.
세대를 넘어 편견, 기억, 말의 힘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미야.
관객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포인트
- 얼굴 없는 존재에 대한 편견
- 기억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가
- 불편하지만 강력한 메시지
- 아버지와 아들의 대물림
- 얼굴이란 결국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얼굴이란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나는 계속 생각했어.
‘얼굴’이란 게 과연 눈에 보이는 것만일까?
우리는 너무 자주 누군가의 얼굴을 보기 전에
그 사람에 대해 이미 판단을 내려버리잖아.
외모, 소문, 말 몇 마디.
그런 것들이 모여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고,
어느새 우리는 진짜 얼굴을 보려 하지 않게 돼.
'얼굴'은 그걸 날카롭고도 조용히,
하지만 절대 잊히지 않게 보여줘.
마무리하며
영화 '얼굴'은
단순히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하는 영화가 아니야.
그건 오히려 도구일 뿐이고,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그리고 무심하게 누군가를 지우고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야.
어쩌면, 이 영화는 그저 한 사람의 얼굴을 복원하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일지도 몰라.